제주SK가 K리그 최고의 인기 팀 FC서울 천적임을 다시 증명했다.
제주는 23일 저녁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3라운드 홈 경기에서 서울에 3대2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제주는 후반 48분 최병욱의 어시스트에 이은 임창우의 결승 헤더골로 승리를 장식해 8승 5무 10패 승점 29점으로 리그 8위까지 도약했다. 특히 제주는 올 시즌 서울과의 3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홈팀 제주는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유인수-유리-김준하, 이탈로-오재혁-이창민, 김륜성-송주훈-임채민-안태현, 김동준(GK)이 선발 출전했다.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남태희의 공백은 지난 22라운드 안양전에서 제주SK 데뷔골을 터트린 오재혁이 메웠다.
경기 초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제주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 안태현이 루카스와 볼 경합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전반 5분 임창우와 교체 아웃됐다. 생각치 못한 암초를 만났지만 제주는 서울을 계속 압박했다. 전반 29분에는 유인수가 문전 앞에서 회심의 슈팅을 때렸지만 강현무의 선방에 가로막히며 홈팬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공격을 주도하던 제주에 행운이 찾아왔다. 전반 37분 유리의 왼발 슈팅이 서울 수비진을 맞고 굴절되며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선제골을 터트린 유리는 최근에 태어난 자신의 아들을 위해 공과 생수병을 이용해 수유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반격에 나선 서울은 전반전 추가 시간 정한민의 왼쪽 측면 크로스를 황도윤이 힐패스로 전개했고 이를 조영욱이 마무리하면서 동점골을 뽑아냈다. 실점을 허용한 제주는 후반 시작과 함께 U-22 출전 카드에 변화를 가했다. 김준하가 빠지고 최병욱이 교체 투입됐다.

서울 역시 교체 카드를 활용했다. 루카스, 조영욱, 정한민 대신 린가드, 문선민, 안데르손을 기용했다. 서울의 후반 초반 공세에 맞서 틈을 노리던 제주는 후반 9분 프리킥 찬스에서 이창민이 올려준 볼을 송주훈이 헤더로 마무리했지만 골대 위로 벗어났다.
서울은 후반 13분 역전골까지 기록했다 박수일이 골문 앞으로 붙여준 볼을 공격에 가담한 중앙 수비수 박성훈이 헤더로 득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제주도 만만치 않았다. 후반 18분 프리킥 찬스에서 이창민이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서울의 골망을 뒤흔들었다.
다시 기세가 오른 제주는 후반 28분 김륜성과 오재혁을 빼고 티아고와 장민규를 교체 투입하며 역전골을 노렸다. 제주는 후반 32분 서울의 볼 처리 미숙을 틈타 유리가 역전골을 노렸지만 서울의 육탄 방어에 가로 막혔다. 서울은 후반 33분 둑스와 황도윤을 빼고 이승모와 김신진을 기용하며 반전에 나섰다.
제주는 후반 41분 이창민 대신 지난 안양전에서 멀티 도움을 기록했던 페드링요를 마지막 승부수로 꺼내 들었다. 제주는 후반 44분 티아고의 슈팅이 크로스바 위로 벗어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두드리면 문은 열리는 법. 후반전 추가시간 3분 최병욱의 왼쪽 측면 크로스를 임창우가 헤더로 마무리하면서 극적인 역전골을 터트리며 이날 경기의 승자는 제주SK로 결정됐다.
역전 골로 팀의 승리에 기여한 임창우는 "몸이 충분히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출전했지만 몸 상태는 좋았다“며 ”이런 느낌이 올 때가 1년에 2~3번 정도 있는데 서울이 운이 좋지 않은 거 같다.(웃음) 골을 넣었던 게 지난해 서울전이었다. 공교롭게도 스코어도 3-2 승리로 같았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경기 후 영상을 봤을 때 상대 골문과 거리가 멀었지만 실제 경기장에서는 가깝게 느껴졌다“면서 ”골이 들어갈 수 없었던 각도였는데 어떻게 든 득점을 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상대 다리 사이로 볼이 지나갔는데 정말 럭키골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를 이끄는 김학범 감독에 대한 감사함도 전했다. 임창우는 "감독님이 나를 포함한 베테랑 선수들에게 항상 좋은 이야기를 해준다. 감독님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고 ”그래서 선수로서 더욱 책임감이 생긴다. 그동안 선발과 교체를 오가면서 내 장점을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 컸는데 오늘 비로소 그 결실을 맺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임창우는 "사실 관심을 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다. 지금도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웃음) 오늘은 마음껏 즐기고 싶다“면서 ”하지만 아직 승점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과 방심하지 않고 다음 김천전에서도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앞으로의 선전을 다짐했다.
승장 김학범 감독은 "날씨가 더운데 응원해 준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오늘 경기는 정말 까다로웠다“고 밝히고 ”서울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전력도 좋았지만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역전승이라는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서울전 3연승을 거뒀지만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계속 따라붙고 있다는 점이 더욱 고무적이다“라며 ”여기서 떨어질 수도, 더 올라갈 수도 있었던 분수령이었기에 오늘 승리가 더욱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임창우는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마음고생이 심했다. 오늘 득점을 통해 털어버리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주장 이창민도 군 전역 후 현재 몸 상태가 70~80% 정도인데 계속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학범 감독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팀으로 더 뭉쳐야 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정말 촘촘한 순위 싸움에서 따라붙을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따라붙는 것이다"라며 앞으로의 선전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