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부 오름 4곳, 1.5만 년 전 터진 ‘한 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따라비·모지·좌보미·용눈이, 동일 분출 시기 추정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제주 동부 지역 따라비–모지–좌보미–용눈이 오름 4곳이 약 1만 5천~1만 6천년 전 북동–남서(NE–SW) 방향 선상 열극을 따라 연속적으로 분출한 화산활동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제주의 오름들이 일렬로 배열된 사례가 보고되며 선상(열극) 분출 가능성이 제기돼 왔으나, 구체적인 분출 시기를 추정해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따라비-모지–좌보미- 용눈이 선상 배열

열극(fissure vent)을 따른 선상 화산 분출은 아이슬란드 라키(1783~1784), 카나리제도 란사로테섬(1730~1736) 등 해외에서 여러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제주도는 화산활동 이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지역으로 이번 연구에서는 현장 지질조사를 통해 지형·지질 분포를 분석하고 용암층 사이 고토양층 등 연대측정 자료를 종합해 선상 분출의 시공간적 연관성을 밝혀냈다.

제주도 한라산연구부는 2025년부터 2028년까지(4개년) 제주 전역 정밀지질도 작성 연구를 자체 추진하고 있는데 2025년 1차 연도 연구로 동부 지역 590㎢를 대상으로 조사를 수행했다.

조사 지역에는 120여 개 오름(소화산체)이 분포한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90여 개 오름에 대해 시료 채취와 암석 성분 분석, 용암 분포 범위 도면화(지도화)를 진행했다. 또한 각 오름의 분출 연대를 정밀하게 추정할 수 있는 용암층 사이 고토양(paleosol) 52개소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장 지질조사에서 확인되는 용암층 사이 고토양층은 분출과 분출 사이의 휴지기를 보여주는 지층으로 개별 오름의 형성 시기와 분출 순서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핵심 자료로 평가된다.

연구를 수행한 안웅산 박사는 “이번에 확인된 선상 분출 패턴과 시기는 향후 제주와 한반도 주변에 작용한 힘의 방향, 즉 응력장의 시간적 변화를 해석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공간적으로 연계된 화산활동은 마그마 공급, 지하 균열의 형성과 방향, 지각에 작용하는 힘, 마그마 성분과 가스 함량 등 여러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앞으로 지형·지질 분포, 암석 성분 분석, 연대측정 등 정량 자료를 추가로 확보해 이들 요인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해석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종석 세계유산본부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제주 전역 오름의 분출 과정과 형성 시기를 단계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며 “정교한 정량 분석과 연대 측정을 위한 예산 확보와 기술 교류 확대를 통해 계획 기간 내 제주 오름의 가치와 화산활동 특성 규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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